주지사 임명 이사들에 더 많은 권한 부여 법안 예비 승인
정치적으로 임명된 인사들에게 텍사스 주립대학에 대한 전례 없는 감독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이 지난 24일, 주하원에서 예비 승인(preliminary approval)됐다고 텍사스 트리뷴이 보도했다. 플로리다와 노스 캐롤라이나 등 보수 정권이 주도하는 다른 주들도 대학의 운영자 선정과 교육 내용에 영향을 미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그러나 텍사스는 이보다 더 나아가 전통적으로 교수진이 담당해 왔던 일부 권한을 정치적 임명직(political appointee)인 대학 이사들에게 넘기려는 것이다. 또한 해당 법안은 대학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주 정부기관을 신설하고 법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대학의 재정 지원을 제한하는 조치도 포함하고 있다. 지지자들은 이 법안이 대학내 ‘진보적 편향’(liberal bias)을 바로잡고, 주의 노동력 수요에 더 잘 부응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자들은 이 법이 교육과 연구를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주상원 법안 37(Senate Bill 37)는 24일 주하원의 표결에서 찬성 83 대 반대 53표로 가결됐다. 이 법안은 졸업 필수 과목을 정하고 그 수를 축소하는 방안을 권고하는 주정부 차원의 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동시에, 각 주립대학 시스템의 운영을 감독하는 이사회(대학 이사회 이사들은 모두 주지사가 임명한다)는 새로운 교육과정을 검토하고 이념적으로 편향됐다고 판단되는 과목이나 노동시장 수요에 부합하지 않는 과목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특히, 위원회는 어떤 인종, 성별, 민족성 또는 종교적 신념이 본질적으로 우월하다고 주장하거나 조장하는 교육 내용을 금지하게 된다. 주하원에서 해당 법안을 주관한 맷 샤힌(공화당/플레이노) 주하원의원은 이날 토론에서 “여러분이 자녀와 손주들이 자랑스럽게 받을 수 있는 학위를 위해 이 법안에 찬성표를 던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졸업이 더 빨라지고 비용은 더 저렴해지며 학위의 가치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수진들은 이 법안이 인종, 성별, 불평등 관련 주제를 다루는 수업이 법 위반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자율적인 검열을 유도할 것이라고 비판한다. 또한, 이 법안은 캠퍼스내 교수들의 영향력을 제한하는 조항도 포함하고 있다. 기존에는 교수 협의회(faculty councils)나 평의원회(senates)가 학사 및 채용 결정에 있어 대학 행정에 자문을 제공해 왔지만, 법안은 이 조직들의 규모를 축소하고 구성원의 절반을 총장이 임명하도록 하며 정치적 옹호를 이유로 해임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사회는 또, 더 많은 행정직 채용에 대해 승인권을 갖게 된다. 지금까지는 주로 총장 등 최고위직 채용에만 관여해 왔다. 마지막으로, 이 법안은 법의 준수를 감독하는 사무국을 신설하며 사무국장은 주지사에 의해 임명된다. 이 사무국은 법을 위반한 대학에 대해 주 재정지원을 제한하도록 권고할 수 있으며 주 감사관이 법 준수를 확인할 때까지 그 제한은 유지될 수 있다. 이 법안은 최근 수년간 텍사스 공화당 지도부와 대학 교수들 사이의 갈등 속에서 제안됐다. 특히, 2021년 텍사스대(UT) 오스틴 캠퍼스 교수진이 비판적 인종 이론(critical race theory)을 가르칠 권리를 재확인하는 서한을 발표하면서 댄 패트릭 부지사를 격분하게 만들었다. 비판적 인종 이론은 미국 제도 전반에 인종차별이 어떻게 스며들었는지를 탐구하는 학문으로 보수 진영의 집중적 비판 대상이 되어 왔다. 또한, UT 오스틴 교수진은 지난해 캠퍼스내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대한 경찰의 강경 진압을 비판하며 대학과 주 지도층을 비난하기도 했다. 이 법안은 브랜든 크레이튼 주상원의원(공화당/콘로)이 발의했으며 지난 4월 주상원을 통과했다. 24일 주하원 토론에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해당 법안이 명시한 방식으로 학위 과정을 엄격히 검토할 경우, 인문학 및 사회과학 분야의 학위가 폐지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대학이 신설될 주 사무국에 접수되는 악의적·무의미한 민원에 대응하느라 학생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도나 하워드 주하원의원(민주당/오스틴)은 “이 법안은 교육 향상이 아니라 통제 강화가 목적이다. 학문적 자유를 위협하고 교수진의 목소리를 억누르며 교실에 정치적 요소를 끌어들이고 있다. 지금은 교육 접근성을 높이고 학생 성과를 개선하며 교육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데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법안은 주하원에서 한 차례 더 통과돼야 하며, 주상원은 하원에서 수정된 내용을 수용하거나, 양원이 서로 다른 법안 내용을 조율한 후에야 주지사에게 최종 제출될 수 있다. 손혜성 기자 주지사 임명 주상원 법안 대학 이사회 텍사스 주립대학